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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Life

야생에서 ✨

관악산생막걸리와 함께한 라다크 1. 레 LEH

홍지숙
2022-10-04
조회수 895

굴업도에서 마신 <오!미자씨>로부터 시작해 마침내는 굴업도 여행기가 되어버린 지난 글을 올리고서 즐거웠나 봅니다. 미루고 미루다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라다크 여행기를 여기에 나누고 있으니 말이에요.

지난 7월 짧고 굵게 라다크 마크하벨리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여기 하나씩 풀어보려 해요. 아, 물론 우리술과 함께했습니다. 이번에는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관악산생막걸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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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간 메일을 확인해보니 4월부터 준비했네요. 깊은 자연 한 가운데에 있고 싶었고 그래서 트레킹을 하기로 했고 세상의 수많은 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그 길 중에 라다크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마크하벨리 트레킹 - 여기에 가기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때문에 라다크에 막연한 호기심과 선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 책으로 세상에 라다크가 알려졌고, 알려지는 만큼 오래 지켜온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것도 알면서요. 제 방문과 지금 이 글도 라다크를 좀더 훼손하겠지요. 그럼에도 욕심은 제 발을 그곳으로 이끌었습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저와 같은 방문객와 방문객들이 쓰는 돈이 라다크를 많이 상하게 했을 거라고 어느정도의 슬픔과 반성을 각오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만난 레는 곳곳에서 신식의 호화로운 호텔을 짓느라 온통 공사중이었고, 차들은 매연과 흙먼지를 내뿜으며 달리고, 도착한 첫날부터 택시 기사와 살구 파는 할머니에게 바가지로 돈을 떼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워야지, 누구한테 하겠어.”라며 허허 웃고, 저도 그저 따라 웃었습니다. 


속은 기분에도 참 맛있었던 살구


모든 곳에, 택시 안에도 걸린 기도문: 옴마니밧메훔
※ 룸미러에 비친 이 기사님은 바가지 기사님 아님.



아무리 바가지를 썼다 해도 한국 돈으로 몇천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크지 않은 돈으로 여기서는 사치와 안락을 누릴 수 있었지요. 현지 가이드와 팀의 훌륭한 서비스를 받으며 트레킹하는 호사도요. 이 차이 때문에 제 소박한 경제력으로 그곳을 방문할 수 있었지만, 이 차이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비행기로 순식간에 올라선 해발 3600미터 도시 레에서의 일정은 고소 적응을 위해 배정된 하루였습니다.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3600~5200미터 트레킹을 위해서도 필수였습니다. 고소 증세는 크지 않았지만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허벅지에 미세한 통증이 있고 손발 끝이 살짝 저릿했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레를 둘러보기로 했지요. 숙소에서부터 천천히 길을 걸어 내려가면 30분여 지나 레의 중심가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부터 걸어내려오며 만난 풍경



숙소에서부터 이어진 완만한 내리막길을 30여 분 따라 내려오면 레 중심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도 가게들도 북적북적한 레의 중심 번화가에 도착했습니다. 

슬슬 걸으며 즐겼지요. 



기념품 가게 식당 서양식카페 약국 휴대전화 전문점 정육점 식료품점 등이 즐비한 레의 중심 번화가.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이용하는 곳



청소년들이 한 데 모여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예쁜데 허락 없이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 머뭇대다 용기를 냈습니다.


"저...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네? 네..!"
"꺅!!!!!!!!"
"혹시... BTS..."
"꺄아아아악!!!"

BTS 덕분에 예쁜 소녀들과 사진도 찍었습니다.



라다크 전통 빵 깜삐르. 화덕 벽에 반죽을 붙여 굽습니다. 검댕을 살살 털어내고 뜯어먹었습니다. 담백하고 짭짤해요.


번화가 초입 어느 카페의 먹음직스럽던 케잌


고산병에 좋다는 버터차



하지만 번화가를 나와 산꼭대기에 있는 남걀체모곰파를 오르는 길 중간에 결국 극심한 고소 증세를 만나고 말았습니다. 



남걀체모곰파로 오르는 길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은 웬말이냐, 물기조차 없어 퍼석하게 마른 땅을 걸어 오르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변.의.가… 찾아왔습니다. 그곳은 그러니까 매마른 것은 물론이고 풀떼기 조차 드문 민둥산이었고, 마침 그 순간은 내려가는 길도 올라가는 길도 적당히 먼 중턱이었는데요, 이 반가운 방문객은 매우 긴급성을 띈 변.의.였다는 점…… 

도무지 숨을 곳이라곤 보이지 않는 산 비탈에서 사방 위아래를 재빠르게 스캔했고, 저 바위 뒤편! 10시 방향 수직상승 6미터 가량, 직선 거리 8미터 정도 되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임시 화장실로 결정했습니다. 바위를 기어 미친듯이 올라가 무사히 당도한 그곳은 다행히 사람들에게 눈에 띌 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가파른 비탈 아래로 도시 레가 황량하고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배설의 기쁨과 안도는 잠시, 갑자기 세상이 샛노래졌습니다. 마른 구역질과 기침이 이어지며 극심한 고소증세가 찾아왔지요. 심호흡을 하며 증세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으나, 또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는 왔지만, 내려는 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 위에 가루진 흙더미와 바위 사이를 기어 올라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약 2미터 상승마다 세상은 노래졌다 하얘졌다는 반복했습니다. 바위 틈에 기대어 심호흡으로 충분히 쉬어 올컬러 세상이 돌아오면, 다시 상승 - 노란 세상 - 심호흡 - 올컬러 - 상승…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바위 구간은 뜨문뜨문이고 모래처럼 쓸려 내려가는 비탈에 슬리퍼 신은 발을 올리기엔 너무 못미더운 길이었지요.


노란 세상이 올컬러로 바뀌길 기다리는 모습을 친구가 찍어주었습니다.



그때, 한참 해매는 저를, 벌써 곰파에 도착해 아래를 내려다보던 현지 가이드 나왕이 발견했습니다!. 나왕은 그즉시 곰파에서 내려와 제 쪽으로 왔는데… 어떻게 왔지??

나왕이 길을 앞서주어 간신히 곰파의 담장 아래까지 올라가 안전한 울타리 너머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잠깐의 감격, 그리고 잠깐의 쉼, 이제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제게 친구가 말했어요. “지숲, 지금 당장 숙소로 돌아가 쉬는 게 좋겠어.”

“더 가지 말고?”
“응.”

아파도 직진,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 넘어 직진하는 저인데, 친구의 단호한 제안 앞에서, 아…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휴식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나왕도 오늘은 고소 적응을 위한 날이므로 쉬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고개를 끄덕였고요. 




숙소로 돌아와 잠시 누운 침대에서 그대로 골아떨어져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잠에서 깼습니다. 첫 날이 허무하게 저문 것 같아 속상했지만, 고소 증세는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습니다. 



레의 번화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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